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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처리 받았지만 예정대로 유 연구원은 한 달 먼저 미국으로 떠나 알맞은 기종을 선정, 나에게 보고를 했다. 그런데 OCR 기계도입에 문제가 생겼다. OCR 기계는 워낙 덩치가 큰 데다 돈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배로 한국으로 들어오기로 했는데, 선적을 해야하는 미국 서해안 부두노조가 하필이면 그 때 파업을 한 것이었다.
만약 기계가 창고에 갇혀 있는 상황이 계속돼 시간과 날짜를 맞추지 못한다면 일이 제시간에 처리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우리가 OCR 기계를 도입키로 했던 회사에 다른 것은 몰라도 OCR 기계만은 창고에서 반드시 꺼내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요청했다. 결국 미국법원의 영장을 발부 받아 부두노조에 제시한 끝에 기계를 창고에서 빼내어 비행기로 서울로 공수했다.
그런데 배에서 비행기로 운송수단을 바꾼 것에 대해 감사원이 사업을 감사하면서 운송비 초과사용 부분으로 장비임대료의 전용을 문제삼는 것이었다. 당시 감사원은 예산집행을 항목별로 점검, 미 집행 부분은 국고에 환수했고 초과집행 부분으로의 전용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수송비 초과지출과 지연도착으로 인한 장비임대료 절약 분의 교환전용은 부두노조 파업에 따른 시간지연 등으로 불가피했는데도 이 부분을 문제삼아 체신부 전산담당자를 문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는 이 같은 감사원의 태도는 담당 체신부 과장이 직접 피해 보는 것 외에도 앞으로 국가 전산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정부 부처 전산담당자가 불가피한 예산처리 문제로 피해를 본다면 앞으로 정부부처 전산담당자 그 누구도 전산화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감사원과 타협을 통해 이 문제는 KIST가 OCR 장비 임대료 미 집행 부분을 변상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나는 체신부 전산담당자의 사기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우리나라 전산화 성공을 위해선 체신부담당과장의 사기를 올려놓아야 했기에, 상을 받게 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담당과장이 체신부 소속이었지만 전산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에 착안, 초대 KIST소장이자 당시 과학기술처 장관이었던 최형섭 장관에게 부탁해 과기처 장관상을 받도록 했다. 다른 부처 장관에게 상을 받아도 승진에 가점이 된다는 점을 착안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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