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리 전산화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의 본격적인 도입과 함께 시작하였다. 63년에 의료보험이 이미 만들어진 상태였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77년부터 종래 임의 적용규정을 강제적으로 바꾸는 등 사회보장제도로 실질적인 의료보험이 실시된 것이다.
의료보험제도는 수혜자의 진료비부담을 줄인 만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늘어나기 마련이고, 이는 곧 병원과 의료보험을 관리하는 의료보험관리공단의 업무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명백한 일이었다.  

병원관리 시스템 'MEDIOS'와 곧이어 추진된 의료보험 업무를 담당하는 의료보험관리공단 업무 전산화는 이 같은 배경에서 추진됐다. 여기에  연구진들이 전산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사명감도 덧붙여져 돌격대처럼 짧은 시간 안에 적은 비용으로 의료 관련 전산화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당시 KIST에 앞서 서울대학교병원과 백병원에서도 병원관리 시스템 개발을 추진했었다. 서울대병원은 일본 파콤사와 그리고 백병원은 금성사와 공동개발에 나선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대형컴퓨터로 병원관리시스템을 구축에 나서면서 비용 등에서 문제가 생겼고 전산인력교육에도 어려움이 생겨 두 병원 모두 개발기간이 길어졌다.
우리는 국내 처음으로 미니컴퓨터를 이용해서 우리 힘으로 병원 관리시스템을 개발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프로젝트를 맡았다. 시작은 경희의료원이었다. 경희의료원의 요청으로 시작한 병원관리시스템은 시간이 다소 걸린 1년 반만에 전산시스템 가동에 성공을 거뒀다.
경희의료원에 이어 두 번째로 중앙대학 부속병원이 불과 3개월만에 'MEDIOS'를 성공적으로 가동시켰다. 시간을 줄이려고 애를 쓴 것은 가동이 늦어질수록 그 가치가 떨어지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중앙대병원에 이어 곧바로 고려병원과 후속 계약이 체결됐고 이어 순천향 의료원, 한국원자력병원, 강남시립병원, 경북대병원 등 곳곳의 대형 병원들이 모두 계약 후 3개월만에 'MEDIOS'를 통한 병원전산화에 성공하였다.
'MEDIOS'는 이후에도 명성을 이어가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 선수촌병원도 이 시스템으로 운용됐고, 특히 88년에는 33개 전국 지방공사 의료원에 일괄해 'MEDIOS'를 설치하는 계약을 단 5억 원 이란 최소한의 경비로 체결하여, 최단 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였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지방공사 의료원이 열악한 경영조건 아래서도 경영쇄신에 힘쓰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연구원들이 자원봉사 정신을 발휘하여 헌신적으로 도와주자고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