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月
시작한 지가 이제 20日. 밤 3시까지의 抗戰으로 1099장의 원고지의 마지막 한 자를 完成------------! 萬歲---!----------
Eile mit Weile !         Immer langsam !

10月 1日
오늘 역기를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들어보았다. 일곱이었다. 작년 가을에 처음으로 이것을 들 때는 겨우 두 개였었고 겨울에는 열다섯까지 들었었다. 이번에 올라갈 때에 이 역기를 가져갈 수 있다면, 서울서도 이 運動을 할 수 있을 것이고 肉體運動을 充分히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하루 천 칼로리 정도의 Energy는 筋肉을 通해서 消耗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번 여름에서와 같은 精神勞動의 偏重으로 因한 事故는 일어나지 아니하겠지.

10月 2日
立稻先賣格의 方法에도 困難이 있는 農村事情, 등록금은 可能도 可望도 없고 이제는 車費만이라도 求할 수 있다면 多幸이다.

쌀 두지를 팔아서 三千\을 만들 수 있었다.

李那樹 兄前
便紙 잘 받았습니다. 兄의 厚意에 感謝할 뿐 謝意를 表할 方途도, 찾아뵈올 道理도 없는 無能力한 저이오매, 다만 學生인 本分에 忠實함으로써 後日을 期約하려 하오며 형의 健康을 빌며 이만으로 그치겠습니다.
10月 2日 星州에서 기수 올림.

10月 4日
누님과 원목이와 희숙이와 서울 着. 등록금!?
仁圭가 9千\씩이나 받았었다는 그 極貪學生에 對한 “例外”를 알아보기 爲하여 일찍 올라오게 된 것이고 星州의 돼지를 팔 수는 없는 것이다.

10月 5日
교무과장 겸 기초과 主任인 나익영 교수를 찾아보다.
추천은 되었었는데 大學本部에서 却下라고. 朴哲氏와 세 시간과 點心과 100\과 結論은? B學點을 넘어야 하겠다.
교재를 求하는 데 한 시간. 차츰 自信이 생기는 것 같다.

10月 6日
비가 내리고 시간이 흐르고 그리고 외로이 빈방에서 宇宙를 본다. 아! 不可思議한 人生!

未曾有의 大(S.T.) 소동이 일어나다.

10月 7日
오늘 등록을 자형이 맡다. 五가에서 방을 수리하는 데 하루 종일을 K.H.와 叔母와.

10月 8日
오늘 오전을 “五가”에서 숙모와 “방” 바르기 준비를 하다. 下午 서울大學校本部에 가다. 자형께 다시 한번 謝意를 表明한다. “哲學槪論”(帆足理一郞)과 “論理學”(岩波書庫)을 求하다.
이제부터 “無憂華”(大石武子)와 함께. 이들은 너의 心性生活에 “營養”이 될 것이다.

공부를 한다고 학교에 나가서, 영화실에서 午前을 英語에 바치고, 밴또를 제자리에서 먹고, 제자리에서 잠이 들다. 잠이 깨이자 시간이 궁금하고 통근차 떠났을까 걱정이다. 곧 내려 와보니 아직 3시도 못되었다. 기숙사엘 가서 인택이 있던 방을 찾아보고 在慶이를 찾다. 오늘도 그는 원지를 끌고 있었고 일을 해야 했다. 등록을 아직 못했다고. 30分을 그에게서 지체하고, 아직 두 시간이 남았지만 역으로 나가다.

10月 10日
中林洞에 가다. 淸波洞으로 定해서 便紙까지 했다고. 어쨌든 不日內로 始作이 되겠지.
永登浦로 在乙이를 찾다. 孝子洞으로 함께 와서 그의 어머님을 뵈옵고, 거기서 點心後 뒷山에 오르다. 그는 내년에는 文理大 政治課에 志望할 것이고 檢定試驗은 이제 두 課目이 남았을 뿐이다. 抱負와 現實과 女子와 學文을 잡담하며 두 시간 여를 山 위에 하늘 아래 푸른 生命들에 둘러싸여서 허물어진 옛 城터에 걸터앉아서 太古의 風景을 뒤로 하고 눈앞에 전개된 “서울”, 쨍쨍한 햇볕에 잠자는 듯한 “서울”을 바라보며 素朴한 “友情의 조각배”는 끝없이 끝없이 푸른 하늘을 雄飛한다.

저녁 무렵에 지친 발걸음으로 집에 이르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던들 14號를 16號로 잘못 써주었던 錯誤를 바로 할 수 있었을 것이고 淸波洞의 住所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便紙를 갖고서 女學生이 16號를 찾았다 하니 바로 14號인 이 집을 지나쳤을 것 아닌가?

저녁 후 인택이 오다. 만나면 언제나 반갑고, 멀리 있으면 서로가 그리워지는 친구. “無憂花”, “論理學”, “哲學槪論”, “メトロポリス”, “日本語”, “英語”, “獨語”, “ソクラテスの 辯明”, “個人敎授”, “數學”, “大學院”, “轉科”, “B學點” 10시에 헤어지다. 東大門 市場을 지나서.

10月 12日
오늘부터 강의가 있었다.
Immer Langsam. 解析力學의 原書를 인택이와 같이 始作하여 이제 Chapter 1을 精服하다.

형님 전
그간 無故하신지. 이곳 서울도 모다 무사하오며 星州에도 別故없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星州에 다녀왔습니다. 등록금을 가지러 간 것이 도리어 차비까지 求處가 안되어 겨우 올라올 수 있었고, 등록금은 자형이 부담하게 되었사오며, 星州의 農事의 秋收 結算은 나락 40?中, 收得稅, 其他를 除하면 20?이 남는데, 이것은 時價 2萬\밖에 아니되오나 이것으로써 全家族이 보리철까지 生을 維持해야 하겠기에, 집을 떠나서 家庭的 義務를 다하지 못하는 우리가 學校를 계속할 수 없는 同生과 年老하신 어머님이 땀흘려 지은 이 적은 보수, 쌀 10?에, 車費 學費나 除隊用 等屬을 依存한다는 것은, 父母가 있고 道德이 있고 常識이 있는 人間으로선 想像도 못할 背恩이 되겠습니다. 우리는 험악한 現狀을 打開함에 이것을 自力으로 해야 하겠고, 家庭的 背景에나 外部的 扶助에 別로 期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兄님의 健康과 無事를 빌며
4287. 10. 12
同生 기수 올림.

10月 13日
오늘 厚岩洞에서 개강. 최초의 아르바이트 !!!
놀라웁게도 工大서 거기까지에 두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오늘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또 혼자서 집을 찾는 데 다시 한 시간이 걸렸다. 절망적으로 지친 다리를 이끌고 빈 배를 졸라매고 다시 勇氣를 내었다.
爲先 失手하지 않는 것만이 성공이라고 할까? 내일부터는 YWCA에서 하기로…… 200H\. 昌信洞에는 다시 ST 대소동이 일어나 있었다. B-law 가 와서 다시 한번 무지무지한 근육 Energy가 방안에서 動員되다.

하루 4시간은 돈으로 살 수도 없고, 더욱이 空間的인 價値로선 比較도 아니 되리만큼 貴重한 젊은 시간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포기할 수 없겠고 다른 아르바이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비록 肉體的인 勞動이었지만 너는 여태까지 이보다 더 큰 모험이나 困難을 얼마라도 겪어야 하지 않았던가. 個人敎師, 高等學校 三年生의 개인교사라!!
지금부터 일년 전 학교 다니는 高等學生이 부러워 病弱한 生의 固執조차 그 勇氣를 잃게 되었을 때와 只今의 너의 生活條件은 비록 物質面에 있어 조금도 發展이 없었지만, 大學生活은 三年間이나 學問을 떠나 있던 너의 沈滯된 心性生活을 急速度로 改造 發展시켰던 것이다.

10月 14日
어머님 전
그간 안녕하십니까? 저는 그날 無事히 도착하였습니다. 개인교수의 건은 어제부터 나가게 되었사오며 차츰 자신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녁 6시부터 7시까지 하기로 되었고 뻐쓰를 왕복하는 시간까지 合해서 하루 3시간이 평균 소용되오며 석달 동안으로 끝날 것입니다.
숙모께서는 방을 얻어서 기하 형님과 같이 있사오며, 경영하는 일이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만 쓰고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10月 14日 기수 올림.

10月 15日
서울대학교 개교 기념행사에 참가.
인규를 보다. 합창단으로.  국민학교 때부터의 건실한 동창이고 우수한 친구의 한 사람이다.
음악회에서, 人間의 창조에 그 아름다움에 또 한번 놀라고.
권영대씨의 “原子力” 강연에서 그리고 “가이가 測數器”에서 방사선 존재의 보고를 듣고, 人間과 科學의 神?와 偉力을 느끼고, 可恐할 人間의 造作, 人間의 爭鬪의 産物인 水素爆彈的 恐怖를 맛보다.

10月 23日
어머님 전
그간 안녕하십니까? 이곳 서울도 무사합니다. 저는 오늘부터 개인교수를 그만두고 가정교사로 있게 되었습니다.
일주일 가르친 셈으로 1200\을 얻었사오며, 이번에 있게 된 곳은 女子의과대학의 교수 댁으로 산부인과병원을 개업하고 있습니다. 이곳으로 옮긴 지 사흘째 되오며 아직 보수는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10月 23日 기수 올림.

10月 24日
일주일간의 모험도 끝났다.
京畿女高 졸업반의 入試準備를 맡게 될 줄은 정말 천만뜻밖의 일이었다. 그러나 결코 完全한 失敗라 할 수 없고, 교수법의 경험과 自信을 얻은 것은 커다란 成果이겠다.
大學에 들어와서 최초로 갖는 아르바이트였고, 더욱이 흑판을 상대로 한 그리고 同 世代의 女學生을 相對로 한 최초의 모험이었다. 그러나 차츰 自信과 勇氣를 얻어 能動的인 方法과 獨創的인 諷刺도 必要에 窮하지 않을 만큼 되어, 單調한 生活에서 갈 바 없던 젊은 情熱을 이 한 시간에 집중하게 되어, 數式과 論理와 語學만에 골몰하는 너무나 無味하고 非感性的인 내 生活에 이 한 시간이야말로 唯一한 變化이었고, 無慈悲한 貧困의 채찍에 많은 貴重한 時間과 努力과 그리고 더 貴重하여야 할 健康까지 無謀하게 유린당하여야만 하던 외로운 24時間 中의 이 한 시간이야말로 唯一한 기쁨과 慰安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가정교사와 이곳의 한 시간을 겸할 수 없고,  그렇게까지 生活을 희생할 수가 없게 되었다.
어제 저녁 YWCA의 그 조그만 교실에 불이 켜져 있지 않음을 보았을 때, 나는 외로움과 그리움의 심해에 떨어짐을 느꼈다. 이미 생각하지 않은 바도 아니었고 바로 하루 전날 저녁에 내가 忠告까지 한 이별이었건만, 다만 끝없이 외로웠다.
허공의 별빛을 바라보며 미도파 앞으로 목적도 없이 걸어나왔다. 이곳은 서울에서도 가장 번화한 명동의 거리.
휘황한 헷트라이트에 젖으며 질주하는 엔징들은 공기를 난폭하게 진동시키고, 다이아몬드와 나이롱으로 ?裝한 虛慾과 虛榮의 化身들은 이 먼지와 소음의 바다에서 太陽을 모른다.
電車, 자동차, 라디오, 레코드.
男子, 女子, 모리배, 거러지, 문둥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도대체 이것들이 地獄은 아닐텐데 무엇이란 말인가? 그 本質이 電子임에는 例外가 없을텐데, 파동의 전달은 매질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했으니, 素粒子 以外의 存在가 眞空이란 매질에서 究明되는 날은 科學이 變革되고 哲學은 새로운 宇宙觀을 만들어 낼지도 모르겠다.

10月 25日
서울대학교 운동회------- 參加.----------
工科大學의 스피카와 音樂이 異彩.---------

    Life is still beautiful !!!

    “양말”
밤에 발이 약간 시리긴 하지만, 낮으로는 아직 양말이 추위를 막기 爲해서 必要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女學生들의 웃음통이 터지고 같이 가던 동료들의 놀림을 받고 보니, 마치 고의로 건달이 행세를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약간 좋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개교기념일에 모인 萬餘名의 學生中에는 맨발에다 고무신을 끌고 온 사람이라고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여름에 군화를 훔쳐간 도둑놈이 또 한번 원망스럽다. 겨울방학에 집에도 못 내려가고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정교사로 있으면서 푼푼이 모은 돈으로 졸업할 때까지 신으려고 좀 큰 군화를 샀던 것이, 일년도 못가서 맨발에 고무신 신세가 되어버렸으니, 또 八字를 들먹거린다는 것도 싱거운 일이겠고, 그나마 기숙사에서는 별로 곤란이 없었는데, 개교기념일이라고 工大 뻐-쓰가 모시러 온 바람에 서울特別市內에 行車를 하고 보니 果然 別有天地. 뻐-쓰 안에서 구두발 사이에서 발 놓을 자리가 위험하다는 것을 느낄 때부터 기분이 좀 나쁘긴 했지만, 市內에 이르러서 劣敗와 不安을 느낄 때, 눈앞에 전개되는 가지가지 사치와 꼴불견과 가련한 무수한 生靈들의 苦痛은 마침내 내 마음속에 의분의 혁명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종로를 거닐면서 창공을 우러르며 생각해본다. 나는 最善을 다하고 있다.
아무도 두렵지도 부럽지도 아니하지 않는가? 용기백배하여 앞날을 空想하며 忠武路를 활보하는 나 自身을 유리창에 비쳐보니, “流行”을 따르지 못하는 고무신발에 調和의 “律動”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