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이렇게 재미있는 토론으로 밤을 새워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늘 탁구대를 모셔오다. 14호실로.

12월 25일
Christmas! 예수 크리스도! 예수 크리스도! 예수 크리스도! 예수 크리스도! 예수 크리스도! 예수 크리스도! 예수 크리스도! 예수 크리스도! 十字架! 永生? 無?

탁구, 냉수욕, 材料力學, 流體力學, 應用數學, 산보, 力道, 速食, 休息, 討論, 특히 女子에 對한 ……

12월 26일
8자 좋은 사람! 다만 이러한 생활조건이 그대로 계속되어 주기만 한다면 오직 좋을까? 哲氏曰 “만약 당신이 여자였더라면 오직 좋을까?” 秀曰 “도대체 말이 아닌 소리를 왜 자꾸 하는 거야.”

閔京妊前

그간 안녕하시온지.
일년이라는 세월이 무참히도 흘러갔습니다. 애- 또- 序論이 막혔는가 봅니다. “人生은 역시 아름다운 것”이라던 故人의 名句가 記憶납니다만, 이 말이 無慈悲한 “時間” 앞에서 언제나 眞實일 수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本論. 4289년 1월 2, 3일경 可及的이면 YWCA에 모였던 會員 全員이 總動員해서 경기도 양주군 공과대학 기숙사 14호실로 시찰 겸 유람 겸 산보 겸 소풍 겸 왕림해주시옵기 所請하나이다.

공갈生. 不然이면 白晝에 테로단이 橫行할 우려가 있사온즉 理由書를 事前에 提出할 事.

案內書 1.  8시 30분 서울역 발 춘천행→신공덕역
       2.  뻐쓰 동대문 중량교행→청량리→중량교(신공덕행)→신공덕(工大)
                                                                           成琦秀

12월 30일
민경님, 민경님! 지금쯤은 편지를 받았을 것이다.

1955年 12月 30日
박경찬 교수 전
어제 기숙사에서 나왔습니다. 같이 있던 세 사람이 방 두 개를 같이 쓰기로 하였습니다. 나무값으로 6,000환이 더 필요합니다.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지고 하겠습니다만, 이번일이 끝나면 육체노동으로 아르바이트를 바꾸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인정적이고 동양적인 대인관계를 제가 싫어할 리가 없겠습니다만, 저의 학업이나 가족을 이 이상 등한히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앞길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제가 워낙 비참한 환경에 있었고, 또 무조건으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저는 별로 할말이 없었사오며, 다만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일념에서 전력을 기울였던 것입니다. “돈 벌 생각은 하지 말고 공부할 생각만 하라”고 하시던 메시야와 같은 선생님의 말씀을 저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만큼은 저 자신의 준비를 위한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일해왔던 것입니다. 졸업을 2년 앞두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 저는 하나의 敗北者가 되었습니다. “성적이 나쁘니까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는 학생과장의 말이나 “출석이 나쁘니까 조심하라”는 교무과장의 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 그것에 대한 앞으로의 자신 있는 대답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은 또 하나의 뼈아픈 타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어쨌든 저는 선생님 덕분에 기숙사에 들어올 수 있었고 기숙사의 여러 가지 편의와 뜻깊은 학창생활을 즐길 수 있었사오며, 선생님의 은혜는 영영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신세타령이라도 늘어놓을 수 있는 가까운 유일한 선배로서도 선생님을 잊지 아니하겠습니다. 만일에라도 어떤 변화가 있을 때 결코 저를 나쁘게 생각 말으시기 바라오며 이만 쓰겠습니다.
4288년 12월 30일
성기수 올림.

12월 31일
박 교수를 찾다. 4시간 노동!
모든 것은 원만하게 해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