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年 3月 4日
Miss 5가! 황선생은 이사간 뒤였다. 헛걸음은 물론 아니었다. 5가의 형수를 만나보다. 그리고 대우와 그의 형이라는 Mr. 法大, 그리고 기택이, 명조, 그런데 Miss 5가 의 정체는?
어쨌든 모두 함께 한 시간과 저녁식사와를 즐겁게 같이하다. 6-25행방불명자의 미망인으로서 외로이 4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리던 봉래의 wife가 자살을 했다고-------.
그렇게 결혼할려거든 차라리 처음부터 나오질 말지!

3月 5日
황선생의 건이 깨끗하게 해결되다. 5만환이 있으면 용도가 없지 아니하겠지만, 160시간이란 시간의 용도는 물론 더 귀한 것이다.

3月 6日
朴교수는 만나지 못했다. 순자―.   시윤이.



3月 20日
不安! 외로움! 아-----! 구원받을 수 없는 불가사의의 생이여!
인간이기에 받아야 하는 인간적 불행. 인간존재 자체에 대한 불안-----------.

3月 21日
주의! 과로의 폐가 폐에 미치는 것 같다. 돈이다! 그렇다. 문제는 돈이다. 돈이 없기 때문에! 시간을 빼앗기고, 자유를 잃고, 이제 건강을-----. 아--- ! 애석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나! 이 무서운 不安과 이 절실한 외로움은 결코 돈에 원인 된 것이 아니다. 돈으로써 해결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人間된 숙명 앞에! 아--- ! 반발도 발악도 무슨 소용 있으랴!!

3月 22日
묵묵히 생을 영위하는 엄숙한 자연의 모습! 아름답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것이 젊은 정열에 넘치는 젊은 시각의 착각이 아닐 것을 나는 확신한다.

3月 23日
현세적인 어떠한 고민으로부터라도 자기를 유지하면서, 초탈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왔었건만, 조금도 실천이 되지를 않는다. 너는 남을 멸시할 아무런 이유도 갖지 않았고, 또 남에게 멸시 당할 특별한 이유가 없건만, 항상 열등감에 사로잡혀서, 이유도 없이 반동적으로 함부로 남을 멸시하고 있다.

3月 24日
버림받은…….
아---! 드디어 너는 너의 理性을 무시하고서라도, 순식간의 위안을 얻으려고, 맹목적으로 주린 야수와 같이 발버등을 치고 있다.......

3月 25日
비가 내리다 눈이 내리다. 자연도 역행하려는가?

3月 26日
번역의 건 거의 완성!        하루만 더하면 끝나렸다.
이상한 심리! 이상한 생리! 이상야릇 똥구랑 납짭. 이름도 주소도 모르는 “나”라는 존재가 하필 특별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어떤 기적이 나를 불멸케 할 것만 같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어떤 소녀가 반드시 찾아올 수 있을 것인가?
그 어떤 기적이 우리를 만나게 할 것만 같다.

3月 28日
어제 일단락. 朴 교수 댁에. 朴純子. 引力은 거리의 자승에 逆比例한다는 뉴톤의 법칙은 異性간에서도 성립하는 모양. 열등감과 불안감과 외로움과 막연한 공포심에 사로잡힌 채, 구원을 모색하는 무능한 理性. 異性과 自然과 그 아름다움을 찬탄하는 젊은 情熱, 정열에 불타는 소녀의 눈동자, 정열에 넘치는 거장의 음악, 생의 기쁨은 약동하고, 약동하는 뭇 생령은 곳곳마다 조화를 이루었으니, 하필 오늘 죽어야 할 필요는. 아니, 구실이다. 절실한 생의 애착, 본능의 폭군은, 人間을 創造하였다는 神의 意思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존엄성을 방패삼으려 하나, 다윈의 진화론과 원숭이의 모습이 비위에 거슬려, 理性보다 감정이 앞선다. 어쨌든 용기가―. 흥 용기가 있어본댔자 우주가 꺼지는 것도 아니고, 그리 장한 일도 아니다. 피어나려는 꽃봉오리, 꺾어본댔자 그것이 보기 좋을 리 없다. 제대로 피어난댔자 때가 이르면 시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이러한 구실들을 늘어놓으면서 촌각이라도 生을 연장하여, 그 어떤 기적 있기를 기다리며, 자연과 음악과 자연의 음악과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조화, 그리고 아―! 그 소녀의 아릿따운 그 모습과 불타는 그 눈동자를 허공에 그리며,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하지 않기를 절실히 바라는 서글픈 이 마음! 모를 일이다!! 모를 일이다!! 그러면 盲信에서라도 생을 연장하고 心性生活의 질서를 갖기 위해서, 위안을 얻으려는가?? 살기 위해서는 그것이 몇 시간의 연장을 뜻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동안을 편안히 행복하게 향락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유력한 방편이 된다는 것만은 명백하고. 그러니까 낡고 썩은 신앙도 人間生活의 필수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3月 29日
原書를 구실하여------.  그것은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꿈은 아니었다.

---------  순자  의  노래  -------------

“나 혼자만이, 그대를 생각하며,-------
영원히, 영원히---
그대와 살고 싶소.”

물론 나를 위해서 진정으로 진정을 노래한 것은 아닐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들을 사람은 밖에서 일하던 그의 어머님과 옆방에서 關口存男을 읽고 있던 나뿐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저께 가져왔어야 할 原書를 가지러 오늘 또 명륜동 朴교수 댁에 가서 하루 종일을 기다렸다. 불과 몇 m 밖에서 움직이는 순자의 일거일동에 나의 전신경이 집중되고 마취되어, 독일어 문법을 뒤적거리고 있던 시선이 흐려지고 황홀지경에서 全身이 녹아내리는 듯하였다. 청각은 어떻게나 예민해졌던지 그의 대화는 물론 숨소리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이윽고 잠이 들었다. 두 시간이 지나서 어렴풋이 잠이 깨었을 때 나직히 들려오는 순자의 억제하는 듯한 그 노래 소리! 오---!

3月 30日
1243호실에서
재경 : 오! 관모 아니가? 너 돈 없지? 언제 올라왔냐? 동생은?
관모 : 응? 어제 왔어. 육사에 가지 뭐.
재경 : 등록금이 모자라서.
관모 : 얼마쯤인데?
재경 : 5千환.
관모 : 가만 있자. 舍費가 있기는 있는데, 그렇지 사비는 며칠 후에 내어도 되지. 등록부터 해야지.
재경 : 고맙다. 잘 됐어.
기수 : 됐어. 그저 사는 수가 자꾸 생긴다니까?
관모 : 나 능금 한 궤짝 가져왔다. 운반 좀 같이 하――.
재경 : 기수! 이야아!

243호실
녹크. 똑똑.
기수 : 네-에.
       요오― 경민이 아냐?
경민 : 여전하구나. 잘 있었어.
기수 : 내사 뭐 늘 이렇지. 들어오시죠.
× : 네――.
기수 : 그래, 넌 이번에 뭐했냐?
경민 : 아무것도 못했다야.
기수 : ――
경민 : 너 Keenan 책 가졌지.
기수 : 아니, 그런데 그건 내게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
경민 : 너가 그때 최웅이에게 왔었잖아.
기수 : 아 그렇지. 그럼 이번엔 화공과에서 괄셀 좀 받아봐.
경민 : 정말 그래. 너가 그때 화공과 학생이었더라면 최웅이가 거절하지는 않았을거다. 지금 네게 없니?
기수 : 지금은 없어. 가져올 수는 있을런지도 몰라.
경민 : 그럼 좀 부탁한다. 넌 공부 많이 했지.
기수 : 말도 말자야. 계획했던 게 하나도 들어맞은 게 없어. 이게 뜻밖에 많아져서 밤낮 이 일만 했으니 이젠 정말 큰일 났어.
경민 : 넌 돈이라도 벌었지. 참, 너 장학금 나왔더구나.
기수 : 그래? 이야아. 신난다.
경민 : 그리고 수험료도 면제되었어. 한턱 내라야.
기수 : 그래, 그렇지만 아무튼 朴교수 한테서 나올 돈이니까, 내겐 +- 아무 것도 아냐.
경민 : 참, 朴교수는 언제 떠나지?
기수 : 아마 사월 보름쯤인가봐.
경민 : 미네소타라지. 얼마동안인가?
기수 : 6개월 예정이지. 야, 참. 경민이 너 좋은 일 있었다지.
경민 : 그게 무슨 소리냐?
기수 : 이 자식 잔소리 말고 바른대로 보고해봐.
경민 : 허허허, 이놈이 확실히 돌았어. 난, 야, 이번 휴가엔 정말 산에 두 번 간 것밖엔 아무 것도 없어. 야 기수야, 그런데 장난 그만두고 너한테 물어볼 게 하나 있다.
기수 : 뭐 말이냐?
경민 : 너이 항공과에 대한 네 인상이 좀 듣고 싶다.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理論만 캐자는 것도 아니겠지.
기수 : 그렇지. 정말 막연하지, 그렇지만 이제부터 10년 안에 통일이 되고, 그때부터 다시 10년간 정부의 계획적인 부흥정책 하에 基幹工業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그때 우리는 40여세가 될테니까, 지금부터 준비를 해둘 것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우리 나이에는 꼭 알맞기도 하지.
경민 : 그렇지만 실제문제에선 그리 간단치는 않겠지. 가령 너가 말한 그 준비라는 것이 우리 나라에서 될 것 같으냐?
기수 : 지금 같은 무성의한 정부나 무계획한 정책 하에서 일이 될 게 뭐냐? 내가 한 말은 늦어도 10년 안에는 내각 책임제가 실현될 것을 예상하고서 한 것이지.
경민 : 그거 그럴듯 한데, 그렇지만 그때까지의 준비를 위해서는 그때까지의 밥통이 해결되어야 할테니까. 위선 취직부터 해야 하겠고, 그러고서도 희생적인 열성이 있어야 하잖나. 그러고 보니 아무래도 아득하구나.
기수 : 그야 무슨 일이든 앞에 가는 놈이 희생되는 수밖에. 그런데 사실은 좋은 수가 있어. 졸업하자마자 공군에 입대해서 물론 장교지, 항공창 같은 데서 일하게 되면, 그 밥통하고 연구가 한목에 해결될테니까 만사 OK 아냐?
경민 : 오 참. 너이는 뭐 취직이 벌써 다 된 거나 같구나. 그럼 TO는?
기수 : research officer 와 atomic research officer라는 TO가 있다는데, 아직 사람이 하나도 없는가봐. 항공과 출신이 몇 사람 가 있는데, 그 중에는 항공창 기술부장도 있다는 말을 들었어.
경민 : 그럼 대학원은 어떠할 테냐?
기수 : 글쎄 그건 하여튼 입학은 해야지.
경민 : 학자생활은 아무래도 재미없을 것 같애.
기수 : 예를 들면?
경민 : 우선 밥통도 문제지만 교수생활엔 발전이 없잖아. 그런데 현실문제는 다 집어치우고 우리 하나 반성할 게 있을 것 같애. 난 이번 휴가 동안에 정말 절실히 느꼈어. 논리적인 체계가 아름다운 것만 무턱대고 파고들자는 우리 태도가 아주 틀려먹은 것 같애. 남보다 빨리 권위자가 되어본댔자, 우리 나라에선 도대체 그 권위자라는 것도 무의미하고.
기수 : 그래서? 결론부터 말해봐.
경민 :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것과 우리가 아직은 안 해도 될 것을 좀 구별하고, 좀더 창조적인 인간이 되자는 거지. 하 하.
기수 : 거 너무 추상적인데, 요는 기술자가 되란 말이지?
경민 : 그렇지.
기수 : 나도 동감이다. 그리고 실제로 자연과학의 각 분야에서 이미 밝혀진 경험들과 그 위에 제각기 할거한 봉건적인 논리의 탑 속에서.
경민, × : 하, 하…
경민 : 그래, 그래서?
기수 : 궁극적인 그 무엇을 밝혀볼려고 논리의 사닥다리를 자꾸 만들어서 그 꼭대기에 기어오른다든가, 그 뿌리를 캐어볼려고 우리 인간이 애쓰고 있지만, 사실은 이 탑의 추춧돌인 기본가정부터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 일이고, 또 우리가 신뢰하는 理性 自體의 能力도 생각해야 할 테니까. 형이하의 세계를 연구하려고 공과대학에 들어온 우리가 밤낮 이 짓만 하다가는 자연도태의 법칙에 치어죽을 것 아냐? 낙오자지 머.
경민, ×, 기수 : 왓. 하, 하, 하 …
기수 : 그러니까. 본능의 지상명령에 굴하는 한, 밤낮 해본댓자 별로 뾰죽한 결론도 내지 못할 형이상학을랑 처음부터 아예 집어치우든가 별도로 연구하기로 하고, 자연과 자연법칙과 자기의 능력으로써 새로운 엔징을 하나 설계한다든지, solar battery를 고안하여 전력문제와 연료문제의 해결에 이바지한다든지 하면, 나도 좋고 너도 좋고 다 좋을텐데, 오직 좋으냐 말야? 또 그 생활에 아릿따운 한 소녀가 가담한다면 얼마나 좋을 것이냐 말야?
경민, ×, 기수 : 하, 하, 하― 와하하…
경민 : 허참 너 영 돌았구나. 이젠 해가 서쪽에서 떠야지. 기수가 다 바람이 나다니, 거 유감많은데. 하여튼 너 생각 잘했어. 본능 앞에 굴하면서 비굴하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살병을 앓는 것보다는, 그 자살적인 용기를 그렇게 거꾸로 동원한다면야, 세상에 못할 일이 없겠구나.
× : 특히 우리 나라와 같은 비참한 현실에선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절량 농가가 벌써 20만이라 하니, 대학교육의 혜택을 누리는 우리가 자기 한 사람의 취미나 철학만을 일삼는다면, 고생하는 부모 형제와 우리 나라의 앞날을 누가 보장하겠습니까?
경민 : 이제 가야지. 시간이 어떻게 되었나?
× : 아직 10分 더 있어. 저 한 가지만 더 물어보겠습니다.
기수 : 네.
× : 저 외국 대학에 비해서 시설면이나 교재 같은 것에 여러 가지로 곤란이 있다는데, 조선 항공과엔 현상이 대개 어떠한지요?
기수 : 네. 지금 현상으로는 조항과의 시설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교재는 미국의 이류 대학에서 쓰는 원서를 항공과에선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미네소타 대학과 계약한 품목에도 조항과에선 주로 학술 서적을 넣었다고 합니다. 조선항공과의 시설이란 기계과의 시설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조항과는 원래 기계과에서 분가해 나온 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과에서 시설면에 치중해서 도입하여 함께 쓰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고 항공과에선 휴가를 이용해서 공군에 가서 실습을 받게 됩니다.
× : 공부하는 내용은 상당히 어렵겠지요?
기수 : 그리 힘들 것은 없습니다. 보통의 수준에서 노력만 적당히 한다면 문제없습니다. 그런데 이 적당히가 중요합니다. 때를 놓치지 않고 순서 있게 천천히 하되 완전히 이해하라는 것입니다. 천재적인 비약은 필요 없습니다.
× : 일학년 때에 학교서 배우는 것 이외의 것으로써 공학이나 응용 수학의 기초를 좀 더 튼튼히 할려면 어떤 책을 마스터 해야 하겠습니까?
기수 : 1, 2 학년에서는 공통과목이 많고 대개가 필수입니다. 전공과목은 2, 3학년 때부터 하게 될 테니까. 1학년 때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만 충실히 하고, 여유가 있으면 어학에 주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 네. 그 이왕이면 어학도 겸하도록 원서를 꼭 한 권만 소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수 : Time Shenke의 “Engineering Mechanics”와 Sokolnikoff의 “Higher Mathematics for Engineers and Phisicist.” 이 중에 어느 한 권을 해보시지요. 앞에 것은 이곳 도서실에 두 권 있고, 국제서점에도 한 권 있습니다. 뒤에 것은 UNKRA의 외서구입 안내소에서 주문하면 됩니다. 앞의 것은 일반 역학의 여러 가지 응용을 익히면서 공학상의 여러 가지 상식을 습득하도록 되어 있고,  문제가 아마 한 800개 쯤 실려 있을 겁니다. 이 책을 택하신다면 이 800개의 문제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다 풀어야 됩니다.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다 푼 사람과 그 하나를 못 풀고 넘어간 사람의 능력의 차이는 시간이 흐르게 되면 비교가 안됩니다. 결국 세부적인 지식이나 공식을 잊어먹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것은 조금도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필요한 공식이나 data는 핸드북에 다 실려 있으니까, 문제되는 것은 이해와 응용의 속도입니다. 다시 말하면 어떤 공학문제를 여러 가지 각도에서 고찰하여 그것을 해결하는 능력이 문제되는 것입니다. 가령, 엔징을 하나 설계한다든지 혹은 주문해왔을 때, 진동이 너무 심해서 그 공장에서는 도저히 그 엔징을 쓸 수가 없게 되었다고 합시다. 이때 유능한 기술자가 있어서, 그 엔징에 대해서 열역학적인 고찰과 일반역학, 재료역학 및 유체역학적인 고찰을 하여, 단시일에 그 原因을 解析하고, 그 除去 法을 고안하였더라면, 다시 설계한다든지 다시 주문할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만일 그 原因이 한 달, 두 달, 1년이 가도록 구명되지 않는다고 하면, 큰 곤란이 있게 되겠죠. 논리의 상아탑 속에서 권위자연하는 샛님 한테 이런 문제를 맡겼다간 큰 일 납니다. 하, 하.
경민, × : 하, 하.
기수 : 그러니까, 기술자에겐 이해와 응용의 속도 즉 어떤 문제를 구명하는 解析力의 효율이 생명이랍니다.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가서, 유능한 기술자가 되어보시겠다는 결심과 우리의 사명을 저버리지 않으시려면, 한번 精選한 교재에 실린 문제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다 풀어버린다는 습관부터 길르셔야 하겠습니다. 곤란한 문제는 무엇이든 기숙사 14호실이나 이 방으로 끌고 오시면 언제든 도와드리겠습니다. 뒤의 책은 공학에 많이 쓰이는 이론물리학의 방법에 필요한 기초수학을 이공계대학의 초급 학년에 알맞도록 구성한 良書입니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Higher mathematic for ~ ~”라는 책들이 여러 가지 있는데 저자가 모두 다르지만, 내용은 대개 비슷합니다. Sokolnikoff  의 것이 반드시 제일 나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 :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 가야지?
경민 : 응, 가지. 기수! 몸조심해.
기수 : 오! 잘 가자. Keenan 책은 내 교습해보지.
× : 안녕히 계십시오.
기수 : 네, 많이 발전하십쇼.

3月 30日
기숙사 14호실
K : 요오―우 박철이! 언제 왔어.
B : 어제. 공부 많이 했나?
K : 못했어. 철이는?
B : 놀았지머.
K : 아니, 실습도 안가면서?
B : 그건 어떻게 알아?
K : 조씨한테 들었어. 그런데 일이 어째 그렇게 되었어?
B : 래다에 관한 것은 군사기밀이니까 보여줄 수 없다는 거지.
K : 그래서 놀았단 말이지? 집에 가서.
B : 압축성 유체역학을 좀 했지.
K : 난 朴교수일 때문에 다 틀렸어. 열역학은 아직 시작도 못했어. 그런데 Y교수는 왜 그렇게 엉터리야? Keenan 열역학을 일주일 만에 다 읽었다면서 하는 말이, “이 책엔 수식은 적고, 잔소리가 많으니, 재미없어.” 도대체 말이 됐어?
B : 그 사람 정말 큰일이야. 우린 여태까지 초음속역학에서 헛일 해왔어.
K : 그게 무슨 말야?
B : 음속 이상에서도 포탠샬의 흐름이 가능하다고 가정하고 경계치 문제를 죽도록 풀어왔거든?
K : 그런데?
B : 그런데 음속 이상에서는 이 가정이 성립할 수 없어.
K : 그래애? 정말?
B : 틀림없어, 두고봐. 이제 곧 배우게 될 테니까. 음속 이상에서 포탠샬 흐름을 가정하고 혀가 빠지도록 문제를 풀어왔으니, 네 원 기가 막혀서.
K : Y교수는 지금도 그걸 주장하지.
B : 흠. 그 사람이 이 말을 들으면 아마 펄펄 뛸꺼야.
K : 오 오―. 그래만 안되지. 잘 달래야지. Y교수 하고 싸우다간 우리과 살림이 말이 아냐?
K, B, 관모 : 왓하하…
B : 어쨌든 틀려먹었어. 웬놈의 수식은 그렇게 사랑하는지, 수학적인 논리는 무어든 명백하잖아? 물리의 기본개념을 완전히 파악하려는 우리한테 무슨 놈의 수식이 그렇게 길게 필요한지. 수학적인 논리가 나올 때는 무엇이든 결론부터 말해버리면 그만 아냐? 수학을 모르면 수학책을 볼래기지. 젠장, 그 사람에겐 수학 때메 물리학이 생겨먹었는 모양이지!
K : 어쨌든 우리가 잘 해야지.
B : 정말, 헛수고한 걸 생각하면 당장에 잡아먹어도 속이 안 시원한지.
K : 흐흠… 와하하. 그렇지만 박철이가 압축성 유체역학을 좀더 일찍 연구했었더라면 우리가 그런 실술 안할 수도 있었잖아. 박철이한테도 책임이 있어.

3月 31日
쓰봉이 낡아서 엉덩이에 빵꾸가 나, 하얀 내복이 십자형으로 내다보인다. 등록을 마치다. 박교수 댁에서 원고 800장이 행방불명. 그 속에 한 달 동안의 내 노력이 들어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