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시대에는 물관리(치수)가 농업의 생산성을 좌우했기 때문에 수리시설, 그 가운데 특히 댐이 으뜸가는 사회기반시설이었다. 또 산업혁명 이후에는 기차를 위한 철도를 비롯해 항만, 도로, 공항, 전화교환 및 중계시설, 발전소 등이 사회 기반시설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정보화 시대에 들어선 지금은 새로운 개념의 사회기반시설이 등장하였다. 미국의 92년 대통령 선거에서 클린턴이 정보 초고속도로 건설을 공언한 이래 우리나라에서도 정보통신부를 주축으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을 단계별로 추진할 계획을 세워 이를 시행하고 있다.
국가정보통신망 구축계획의 3단계가 끝나는 2012년에는 1초당 신문 460쪽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으니 지금과 비교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사회 간접자본시설의 핵심
문제는 이런 능력이 있는 정보고속도로를 정보 교통적체가 생길 만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데 있다. 이런 걱정을 없애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학교, 연구소, 기업을 중심으로 한 슈퍼컴퓨터 이용의 확대가 꼽힐 수 있다. 슈퍼컴퓨터를 단순한 컴퓨터로서가 아니라. 21세기 정보화사회의 중요한 사회기반시설로 보는 사고의 변화가 정부에서부터 일반 국민에게까지 확산되어야 한다.
인터넷과 함께 새 사회기반시설의 2대 근간을 이루고 있는 슈퍼컴퓨터는 원래 당대 최고 성능의 컴퓨터라는 의미였다. 따라서 지금의 개인용 컴퓨터보다도 못한 성능인 초기의 대형컴퓨터들도 그 시대의 슈퍼컴퓨터였던 셈이다. 50년대의 슈퍼컴퓨터는 주로 원자탄과 수소폭탄의 개발에 사용됐고, 60년대를 거치면서 기상예보, 석유탐사, 우주개발, 학술연구, 기술개발 등 여러 분야로 그 응용 범위가 확대되어 왔다.
기술혁신으로 4년마다 성능이 10배 이상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격은 1억 달러 이하로 고정되어 있는 것도 흥미롭다.
슈퍼컴퓨터 용량은 우리나라에 비해 1996년 현재 기준으로 미국, 일본, 유럽이 각각 112배, 43배, 32배가된다. 즉 일본은 인구 1인당 매초 1만 3천 번의 계산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미흡한지를 알 수 있다. 이 통계에서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일본이 유럽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의 연구시설 가운데 슈퍼컴퓨터가 중요한 이유는 이 장비가 여러 분야의 학문연구와 기술개발에 쓰이는 공통장비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새 사회기반시설의 하나로 10개의 대학과 국립연구소에 중점적으로 슈퍼컴퓨터를 설치해 왔다. 이로써 일본은 항공우주와 화학 등 10개 전략분야에서 이미 미국의 해당 연구소보다 10배 정도의 능력을 갖춘 슈퍼컴퓨터를 확보하고 있다.
선진국의 내노라 하는 대학과 연구소들은 모두 지적 활동을 지원하는 기본 도구인 슈퍼컴퓨터를 더욱 빠르고 큰 것으로 바꾸는데 열중하고 있다.